주말저녁 K리그에서 등장할 약팀의 무기는?
총론 : 약팀의 무기, 선수비 후역습
축구경기에서는 항상 강팀이 승리하지 못합니다.
정말 누가 봐도 강팀의 승리가 당연한 승부에서 이변이 나기도 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결과에 강팀의 팬들은 슬픔의 탄성을 지르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첫번째 이유는 바로 약팀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극도록 약한 팀은 오히려 왠만한 팀들에 비해 더 까다롭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약팀의 무기인 ‘수비 후 역습’ 이라는 전술 때문입니다. 수비만 하는 팀은 공격적으로 나서는 팀에 비해서 빈 틈이 적기 마련입니다.
특히 이 무기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두드러집니다.
1) 원정 경기
2) 상대가 맞불작전으로는 해 보기 힘든 강팀일 때
3) 주전 공격수의 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이 생겼을 때
아예 대놓고 원정에서는 수비 후 역습으로 임하는 프리미어리그의 스토크시티나 세리에A의 키에보 같은 팀들이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홈에서 승점 3점을 챙기고자 하는 팀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대놓고 잠근다” 는 표현은 흔히 9백, 10백이라는 표현으로 통합니다. 전반적으로 수비에 비중을 두며 정말 그럴듯한 역습 기회에서만 빠른 역습을 진행합니다. 상대의 공격을 잘 막아내면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하지만, 빠른 역습 루트가 있을 경우 오히려 원정 승리를 거두기도 합니다.
08/09시즌 세리에A의 볼로냐는 그러한 방법으로 마르코 디 바이오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앞세워 역습에 의한 원정승리를 몇차례 이끌어낸 적이 있습니다. 09/10 시즌 카타니아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원정에서 1:2 로 승리한 것이나 리보르노가 AS로마를 상대로 원정에서 1 : 0 으로 승리한 것은 어찌 보면 이변이지만, 수비 후 역습에 의한 결과로 받아들일만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보통 강팀이 홈 경기를 치르고 약팀이 원정 경기를 치를 때는 이변을 염두해야 합니다.
홈팀의 공격력이 원정팀의 수비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하며, 홈팀에 확실한 공격수가 있는지의 검토도 필요합니다. 주로 이런 경우는 결정력에서 승부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11위로 추락했던 피오렌티나가 수많은 공격을 펼치고도 골을 못 넣어서 승점을 챙기지 못했던 대표적 예입니다.
또한, 원정팀의 수비조직력과 골키퍼의 능력은 그 평가요소 중 하나가 됩니다. 좋은 골키퍼나 좋은 수비라인을 갖춘 팀 (ex. 09/10시즌의 키에보) 을 상대로 무리하게 홈 승을 픽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각론 : K리그 15라운드 광주, 그리고 대구, 대전
K리그 15라운드에 이 같은 상황을 대입해 봅니다. 스포츠토토에서 제시한 배당률에서도 알 수 있듯, 홈팀의 전력이 월등한 경기가 세 경기가 있습니다. (괄호은 홈팀의 배당)
성남 vs 대구 (1.30)
울산 vs 대전 (1.33)
수원 vs 광주 (1.48)
사실 수원 같은 경우는 전반기 꼴찌를 했지만 후반기 팀을 정비하면서, 김정우가 빠진 광주에 비해서는 전력이 강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성남은 최근 좋은 페이스로 2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울산 또한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지 못했지만, 고창현이 빠진 대전보다 전력이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렇게 전력차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경기의 결과는 대부분 2가지 경우로 갈립니다.
1) 그냥 전력대로 홈팀이 골을 먼저 넣고 승리하는 경우
2) 홈팀의 골결정력 부족, 혹은 원정팀의 역습으로 이변이 나는 경우
대구, 광주, 대전 세 팀 모두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설 가능성이 큽니다.
이 중 대구가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팀 중 하나인데, 이영진 감독은 올시즌 성적에 연연하지 않은 채 팬들에게 화려한 공격축구를 보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성남의 공격이 강하고 대구도 장남석, 알델손 같은 좋은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수비 후 역습이라는 전략 또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안성민이 빠지면서 수비조직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에 미들라인에서부터 유기적인 수비에 임하지 않으면 몰리나가 돌아온 성남을 상대로 힘겨운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광주는 수비적으로 나설 것입니다. 광주는 김동현까지 경고누적으로 빠진 상황에서 사실상 최성국에게 의존해야 하는데, 최성국의 빠른 발과 정확한 오른발 슛팅은 광주의 무기입니다. 김정우가 빠져서 수비가 약해지긴 했지만, 틀어막는 전술에는 일가견이 있으며 광주는 17실점으로 실점률만으로는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수원이 24실점으로 많은 실점을 하고 있는데 황재원의 가세로 두터워지긴 했지만 조직력상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부분, 그리고 측면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수원이기에 무조건적인 공격은 낭패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는 분명히 지키면서 역습을 가할텐데, 윤성효 감독 체제 이후 수원의 공격력이 되살아난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김두현의 결장도 하나의 변수입니다. (참고자료 : K리그 15라운드 결장선수와 영향력 : http://cafe.daum.net/ubet/Ek2S/5 )
대전은 고창현과 김다빈을 울산으로 보낸 후 울산과 맞붙습니다. 전반기 우승을 차지했던 울산은 연달아 패하면서 6위까지 쳐 지고 말았습니다. 울산의 문제점은 결정력이었습니다. 6위인데도 17득점 15실점이라는 불균형한 실/득점률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장점을 전혀 살리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많은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불협화음이 생겨서 조직력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반면, 대전은 역대 최악의 전력으로 후반기를 맞이해야 합니다. 이적생 고기구와 어경준의 한 방을 기대하고 있지만 무리하게 공격을 하기보다는 선수비후역습으로 나서는 게 대전에게도 이득일 것입니다. 다만, 대전은 수비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던 산토스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는 것이 완전한 수비조직력을 갖추지 못할 것으로 보여 아쉬운 부분입니다. 울산의 골결정력 부족과 산토스가 빠진 대전의 수비의 맞대결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축구란 항상 전력이 강한 팀이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중 큰 이유가 약팀의 ‘수비 후 역습’ 이라는 강한 수비를 지향하는 축구 때문입니다.
오늘 수비 후 역습으로 임할 K리그의 세 약팀에 이를 적용해 보았습니다. 어떤 경기에서 이변이 발생할까요? 아니면, 최근의 경향대로 이변은 없을까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